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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단상/일상 2025. 3. 21. 23:43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영화 HER를 처음 접한 건 어쨌든 어릴 적이었다. 그때 난 AI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이건 참. 도대체 상상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린 거야?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나이가 들었다. 호기심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이 궁금하지 않고, 그들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겉을 핥는 관계 그 이상의 위로를 나눠본 지가 까마득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이야기가 듣기 싫기 때문에, 남도 내 이야기가 듣기 싫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시콜콜하게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편리하게 AI를 이용하는데, 최근 정책이 바뀌었는지 AI는 내 질문에 친절히 답을 한 후에 더 나아가 나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관된 다른 것을 묻는다. 그런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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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단상/일상 2025. 2. 9. 13:15
좋아하는 타입의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 좋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밀당이 좋다'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나 다정한 사람이 좋고 밀당 없이 많이 표현해 주는 사람이 좋다고 말하지만, 나는 다정하고 아끼지 않는 사랑 표현에 지루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대부분의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착하면 답답하고, 재밌으면 가볍다. 자신감과 무모함의 경계는 위태로워 보이고, 신념과 아집은 한 끗 차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은 그러한 양면성을 초월한다. 그들의 다정한 표현은 무료하지 않고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착하면서도 냉철할 수 있고, 유머는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자신감은 지혜와 함께하면 무모하지 않고, 신념은 경청과 함께하면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