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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작가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에서 발췌했다.
인간은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로잡힐 과거는 늘어간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죽음 따위는 근사한 문장 안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순간,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멀찌감치 초과해버린 과거의 무게에 눌려 버둥거리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스꽝스럽지도 비장하지도 않은 그냥 인류, 라고 부를 만한 광경이다.
글이 너무 좋다. 나이가 드는 슬픔과 함께 떠올리는 과거를 점점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나는, 내 마지막 순간이 저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 마지막 순간이 저럴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나는 지금 그 마지막 순간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성적이고 뒤를 자주 돌아보는 내가 저 결말을 피할 수 있을까.
나는 일상의 소소함이 아닌 강렬한 한순간을 바란다. 나는 스무 살의 내가 흠뻑 빠져들었던, 꿈과 사랑이 가득한 그 강렬한 세계를 단 한 번만 더 느껴보고 싶다. 지금 내 욕망은 거기까지다.
라면으로 배가 불렀을 때, 스테이크를 먹고 싶지 않았다. 내 삶은 이만하면 됐다, 그렇게 스스로 말할 수 있다면 저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기대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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