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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을 때 면과 수프를 넣고 공기와 면을 수시로 마찰시켜가며 끓인 것과 그냥 바로 물과 함께 면과 수프를 넣고 다 끓인 후에야 저은 것. 둘의 맛 차이가 과연 유의미할까?
면을 먼저 넣고 다음에 수프를 넣게 되면, 수프가 면 위로 올라가 후에 다시 잘 풀어주는 작업이 필요해진다. 그렇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냄비 가운데 있는 면을 피해 한쪽 구석에 수프를 넣어야 한다. 한 마디로 귀찮아진다.
그래서 나는 여태 물을 받고 바로 수프를 넣고 또 바로 면을 넣은 후 열을 가하고 다 끓으면 먹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오늘 맛있게 잘 먹다가, 편의만을 위한 이런 선택이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맥주를 마시다가 처음 하이네켄 병맥주를 마셨던 순간과 유독 알이 굵고 빛깔이 영롱한 샤인 머스캣을 씹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또 어느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감정선에 빠져있다가 한순간 그 가수가 대충 뭉갠 끝음처리 하나에 모든 감정이 깨져버린 때와 어느 배우의 미세한 떨림에 홀린 듯 영화에 빠져들었던 때가 떠오른다.
0점에서 70점은 쉽다. 70점에서 90점은 어렵다.
차원의 다름 그 이면에는 큰 차이가 아니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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