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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단상/일상 2024. 5. 25. 22:34
재력과는 별개로, 구매한 물건을 소모품으로 여길 수 있을 만큼의 가격이 적당한 것 같다. 식당 직원이 바지에 육수를 흘려서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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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의견단상/일상 2024. 5. 19. 18:43
"인간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영화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내가 말했다. 거기에 돌아온 대답은,"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이것. 나는 대답을 듣고 다음 말을 잇지 않았다. 나는 저런 말이 싫다. 저런 말은 대개 저런 말 특유의 어조와 함께 하는데, 결국 상대의 사고 수준을 낮게 규정짓는다. 말하는 이가 충분히 공들여 어조를 확실히 바꾸지 않는 한 그렇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다, 상황마다 다르다? 도대체, 그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안 해도 되는, 모두가 아는 저 말을 굳이 내뱉는, 내가 봐왔던 그들의 어조에는 자신이 상대와는 다르게 깨어있는 사고를 한다는 우월감이 언제나 배여있었다. 저런 말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때는 하면 된다. 그러나 평상시 우리는 보편성에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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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단상/일상 2024. 5. 11. 12:17
자유는 선(善)이다. 앞에 '무한한'이 붙지 않는다면. 무한한 자유는 혼돈을 야기하고, 혼돈은 자유가 선사하는 최고의 쾌감인 해방감을 앗아간다. 해방감을 지키려면 질서가 필요하고, 질서는 자유를 제한함으로 얻어진다. 결국 자유를 위해서는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무한한 자유 안에서는 자유를 느낄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고 느낄 때,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느낄 때, 지금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일 때,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일 때, 지금 가고 싶은 장소가 한 곳일 때, 그때 우리는 온 마음을 쏟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스물, 고등학교 졸업 후 무한한 자유를 맞은 순간부터 나는 줄곧 이때를 기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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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단상/일상 2024. 5. 4. 21:49
이십대 초중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마흔의 신사 넷은 나의 꿈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전히 이룬 것 하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좌절감이 밀려오는데, 그때마다 나는 다시 신사의 품격을 보았다. 젊음이 실패와 함께 사라질 때, 마흔의 나이에도 저렇게 멋질 수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됐다. 신사의 품격을 보면서, 나는 아직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지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마흔이 될 즈음까지도 어릴 적 동경했던 그들처럼 멋진 신사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 신사의 품격은 따스한 추억일까 짙은 흉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