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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단상/일상 2024. 8. 1. 00:13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면 패배하더라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는 전심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패배한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패배는 패배다. 만약 대수의 법칙에 따라 진면목이 드러날 만큼 오랜 기간이 걸리는 승부였다면, 더더욱 그 자리에 핑계는 없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보다 사랑받거나 성과가 좋다면, 나는 패배한 것이다. 그 사람이 비겁했을 수도 있다. 나는 정의롭게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다. 하여 나의 패배는 아름답고 미련을 남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정이다. 결과는 나의 패배다.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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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단상/일상 2024. 7. 28. 17:30
허지웅 작가의 에서 발췌했다. 인간은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로잡힐 과거는 늘어간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죽음 따위는 근사한 문장 안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순간,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멀찌감치 초과해버린 과거의 무게에 눌려 버둥거리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스꽝스럽지도 비장하지도 않은 그냥 인류, 라고 부를 만한 광경이다. 글이 너무 좋다. 나이가 드는 슬픔과 함께 떠올리는 과거를 점점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나는, 내 마지막 순간이 저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 마지막 순간이 저럴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나는 지금 그 마지막 순간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성적이고 뒤를 자주 돌아보는 내가 저 결말을 피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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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7. 27.단상/일상 2024. 7. 27. 14:44
1.나이가 들었다. 더는 스물 초반 대학생이 아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여럿'이 모여, 특정된 하나의 행위 또는 대화의 주제-이를테면 스포츠라든가 독서라든가-가 없이 이런저런 일상 얘기들로 단순 친목을 도모하는 만남은, 운이 따르지 않는 한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이가 들어 각자의 삶을 꾸린 어른들은 공통의 관심사도 없는데 그렇다고 술자리 게임을 할 수도 없다. 지속된 사회생활로 인해 예의가 과도하게 배여 누군가 지루한 얘기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경청한다. 경청하는 척한다. 지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 사람이 부디 사회적 지능이 장착된 사람이어서 '적당히'란 개념을 배워 알고 있기를 속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론은 이제 그런, 때때로 즐거웠던 모임들을 내 삶에서 보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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