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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단상/일상 2024. 5. 4. 21:49
이십대 초중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마흔의 신사 넷은 나의 꿈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전히 이룬 것 하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좌절감이 밀려오는데, 그때마다 나는 다시 신사의 품격을 보았다. 젊음이 실패와 함께 사라질 때, 마흔의 나이에도 저렇게 멋질 수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됐다. 신사의 품격을 보면서, 나는 아직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지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마흔이 될 즈음까지도 어릴 적 동경했던 그들처럼 멋진 신사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 신사의 품격은 따스한 추억일까 짙은 흉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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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단상/일상 2024. 5. 4. 14:49
도전할 것인지 안주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삶이 불행하지 않다면 그대로 안주해도 좋지만 삶이 불행하다면 도전해야만 한다. 삶이 불행하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안주하기를 선택한다면 하루하루 불행함에 죽어가는 시체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이 불행하다면 끝끝내 도전해서 자신의 삶에 숨통을 터 인간의 삶을 살아야 한다. 대단한 성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숨이 쉬어지는 삶 정도는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길은 있다. 월요일에 가까울수록 불행하고 금요일에 가까울수록 행복한 삶은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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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단상/일상 2024. 4. 30. 22:46
평행주차를 했다. 빼려고 보니 앞뒤 간격이 좁았다. 차를 빼는 동안 친구가 봐주기로 했다. 핸들을 꺾고, 먼저 후진을 했다. 아주 천천히. 후방 센서 경고음이 최대치로 울렸을 때 전진 기어로 바꿨는데 친구가 말했다. "더 와도 돼." 그래? 그래 후방 센서 경고음이 최대치로 울려도 공간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친구가 봐주고 있으니, 앞뒤 최대한으로 움직여서 서너 번 왔다갔다 할 거 한두 번으로 끝낼 수 있다면 그게 낫지 싶었다. 아주 천천히 후진했다. "더, 더, 더, 더." 후방 센서 경고음이 최대치로 울린 상태에서 꽤 움직였지만, 나는 어느 새 친구만 믿고 있었다. 내 눈의 거리감과 후방 센서 경고음을 지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쿵. 충돌. 정적이 흘렀다. 친구는 왜 STOP을 외치지 않았을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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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단상/일상 2024. 4. 28. 14:24
커트를 하러 헤어숍에 갔다. 카운터 직원은 찾는 디자이너 선생님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말하지만 속으로 남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로서 같은 남자에게 받기 싫은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남자 디자이너 선생님들은 대개 손이 거칠다. 커트를 하는 동안 머리털 몇 가닥이 뽑히고 귀 부분이 긁히는 일이 다반사다. 슬프게도 이번엔 남자 디자이너 선생님이 배정됐다. 찾는 디자이너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배정된 선생님은 그 헤어숍의 원장이었다. 내 앞 차례에 다른 남자 손님이 그 원장 선생님에게 커트를 받고 있었다. 커트가 끝나고 남자 손님이 활짝 웃으며 원장 선생님께 인사했다. 머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원장 선생님은 몇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