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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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극단상/일상 2024. 6. 16. 22:39
때때로 힘겨울 때 또는 담대한 마음이 필요할 때 또는 머리가 복잡할 때면 김남길 주연의 드라마 와 를 본다. 최근에는 한소희 주연의 도 추가되었다. 셋 모두 복수극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복수는 간단하지 않다. 그들이 무너뜨리려는 현실은 거대해서, 그들은 복수를 준비하는 오랜 기간 동안 혹독하게 살아간다. 심지어 소원하던 복수를 이뤄나가면서도 그들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덤덤하게 고통을 받아내며 복수를 이어나간다. 그들은 복수를 주체적으로 선택했다. 복수를 선택한다는 것은 혹독한 삶을 선택한다는 의미였다. 쾌락과 휴식이 없고 고통과 인내만이 가득한 삶을 선택한 것은 놀라워 보이지만 실은 그들에겐 그것이 최선이었다. 복수를 외면했다면, 그들은 평생 공허함과 결핍감에 시달리며 조금씩 메말라갔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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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단상/일상 2024. 6. 8. 23:00
금요일이었다. 어젠 쉬는 날이었고 내일은 주말. 평소 꽉 막혔던 도로가 텅 빈 것이 오늘 연차를 낸 사람이 많은가 보다. 차가 없으니 새삼 이 도로가 이렇게 넓었구나 싶다. 악셀에 발을 올리고 지그시 힘을 준다. 서서히 올라가는 속력을 느끼며 몸을 뒤로 기댔다. 넬의 음악을 랜덤으로 틀어두었는데, 때마침 리드믹한 음악이었다. 몽환적이면서 청량했다. 바람을 맞고 싶어 차창을 열었을 때, 익숙한 후렴구가 시작되었다.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아 나는 더욱 속력을 올렸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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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단상/개발 2024. 6. 4. 22:57
오늘 ChatGPT가 얼마간 먹통이 되고서 새삼 느꼈다. 아, 그래 정보를 얻는 일은 이렇게 고단했지. LLM의 등장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말도 안 되게 편리해졌다.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수많은 정보를 쳐내며 내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적용된 정보를 찾는 건, 오랜 시간을 들여 많은 에너지를 쏟고 나서야 가능했었는데. 이제 꽤나 공평한 싸움이 된 것도 같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면 세상이 날 돕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거기까지인 것. 다른 것을 탓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이렇게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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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단상/일상 2024. 5. 28. 22:49
맞춤법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맞춤법에 민감하다. 표준어가 아닌 말이 널리 쓰인다면 표준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널리 쓰이지 않는 표준어를 선택한다. 그러나 사이시옷 규칙은 정말이지 볼 때마다 개탄스럽다. 와, 이 쓸데없는 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본디 단어는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것이니 그냥 사이시옷을 모조리 삭제하고 발음할 때 알아서 사이시옷을 넣어서 발음하면 얼마나 좋은가. 표준어란 것은 결국 소통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사이시옷이란 녀석은 스파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