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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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단상/일상 2024. 5. 4. 14:49
도전할 것인지 안주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삶이 불행하지 않다면 그대로 안주해도 좋지만 삶이 불행하다면 도전해야만 한다. 삶이 불행하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안주하기를 선택한다면 하루하루 불행함에 죽어가는 시체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이 불행하다면 끝끝내 도전해서 자신의 삶에 숨통을 터 인간의 삶을 살아야 한다. 대단한 성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숨이 쉬어지는 삶 정도는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길은 있다. 월요일에 가까울수록 불행하고 금요일에 가까울수록 행복한 삶은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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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단상/일상 2024. 4. 30. 22:46
평행주차를 했다. 빼려고 보니 앞뒤 간격이 좁았다. 차를 빼는 동안 친구가 봐주기로 했다. 핸들을 꺾고, 먼저 후진을 했다. 아주 천천히. 후방 센서 경고음이 최대치로 울렸을 때 전진 기어로 바꿨는데 친구가 말했다. "더 와도 돼." 그래? 그래 후방 센서 경고음이 최대치로 울려도 공간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친구가 봐주고 있으니, 앞뒤 최대한으로 움직여서 서너 번 왔다갔다 할 거 한두 번으로 끝낼 수 있다면 그게 낫지 싶었다. 아주 천천히 후진했다. "더, 더, 더, 더." 후방 센서 경고음이 최대치로 울린 상태에서 꽤 움직였지만, 나는 어느 새 친구만 믿고 있었다. 내 눈의 거리감과 후방 센서 경고음을 지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쿵. 충돌. 정적이 흘렀다. 친구는 왜 STOP을 외치지 않았을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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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단상/일상 2024. 4. 28. 14:24
커트를 하러 헤어숍에 갔다. 카운터 직원은 찾는 디자이너 선생님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말하지만 속으로 남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로서 같은 남자에게 받기 싫은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남자 디자이너 선생님들은 대개 손이 거칠다. 커트를 하는 동안 머리털 몇 가닥이 뽑히고 귀 부분이 긁히는 일이 다반사다. 슬프게도 이번엔 남자 디자이너 선생님이 배정됐다. 찾는 디자이너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배정된 선생님은 그 헤어숍의 원장이었다. 내 앞 차례에 다른 남자 손님이 그 원장 선생님에게 커트를 받고 있었다. 커트가 끝나고 남자 손님이 활짝 웃으며 원장 선생님께 인사했다. 머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원장 선생님은 몇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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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단상/일상 2024. 4. 27. 23:04
지인 몇을 만났다. 오래도록 만남을 갖지 않아 사람과의 관계가 한 번 필요하다 느낄 즈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몹시 불행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온 것 같았다. 차분하게 말하고, 말한 것 이상으로 듣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이런 기본적인 태도를 지키는 사람은 아주 소수다. 나는 살면서 거의 만나지 못했다.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분 나쁜 말을 해줄 수 있을 만큼 친한 지인에게,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한 번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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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단상/일상 2024. 4. 22. 19:49
신입 공무원 자살 기사를 보았다. 부모는 기자와 인터뷰 중 울었다. 부모는 자랑스러운 자식이었음을 강조했고 기뻤던 그날의 합격 소식을 회상했다. 배고픈 시대를 지나온 부모 세대에게 공무원이란 직업이 갖는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 자식이 공무원에 임용되었을 때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분명 축복의 나날이었으리라. 그러나 한쪽으로 크게 치우쳐진 감정의 크기는 역시 위험하다. 한쪽으로 크게 치우쳐진 감정은, 상황이 역전되었을 때 커진 그대로 역전된다. 살기 힘들 만큼 괴로웠던 공직생활을 그만두는 것은 부모의 치솟은 행복 그만큼을 단번에 실망으로 바꿔버릴 선택지라고 느꼈을 것이다. 기대는 담대함을 줄 수도 있지만 부담감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다. 직업을 가진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