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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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단상/일상 2024. 4. 28. 14:24
커트를 하러 헤어숍에 갔다. 카운터 직원은 찾는 디자이너 선생님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말하지만 속으로 남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로서 같은 남자에게 받기 싫은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남자 디자이너 선생님들은 대개 손이 거칠다. 커트를 하는 동안 머리털 몇 가닥이 뽑히고 귀 부분이 긁히는 일이 다반사다. 슬프게도 이번엔 남자 디자이너 선생님이 배정됐다. 찾는 디자이너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배정된 선생님은 그 헤어숍의 원장이었다. 내 앞 차례에 다른 남자 손님이 그 원장 선생님에게 커트를 받고 있었다. 커트가 끝나고 남자 손님이 활짝 웃으며 원장 선생님께 인사했다. 머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원장 선생님은 몇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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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단상/일상 2024. 4. 27. 23:04
지인 몇을 만났다. 오래도록 만남을 갖지 않아 사람과의 관계가 한 번 필요하다 느낄 즈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몹시 불행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온 것 같았다. 차분하게 말하고, 말한 것 이상으로 듣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이런 기본적인 태도를 지키는 사람은 아주 소수다. 나는 살면서 거의 만나지 못했다.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분 나쁜 말을 해줄 수 있을 만큼 친한 지인에게,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한 번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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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단상/일상 2024. 4. 7. 14:35
1.합의가 필요해 보이는 상식이 있다. 이를테면 편의점 직원이 출입하는 손님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야 하는지,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리가 편의점에 가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함이지 어떤 서비스를 받기 위함이 아니다. 말 그대로 편의점이라 수시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데 거기다 대고 일일이 인사를 하는 건,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많은 이들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는 건 인터넷을 보고 잘 알고 있다. 각 개인이 생각하는 분명한 적정선이 존재하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은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을 찾을 수 없다.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건 각자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직원이 좋은 서비스를 하길 원한다면 인사성이 밝은 직원을 채용하거나 돈을 더 주거나.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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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심원단상/일상 2024. 4. 2. 22:01
오랜만에 성어심원을 들었다. 음악이 끝나고 밤의 불빛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비마저 내린다. 이 감정을 어쩌면 좋을까. 나는 어려서 소설 삼국지 연의를 약 16번 정도 읽었다. 어린 나이에 읽고 또 읽은 그 감성은 지금 나의 정체성이다. 나는 중국풍의 이야기 곧 그 시절 영웅적 낭만과 애절한 사랑에 마음이 쉽게 잠식된다. 그리고 견딜 수 없이 슬퍼진다. 잠식된 마음 안에는 전쟁, 영웅, 천명, 신념, 대의, 의리, 사랑, 그리움 같은 단어들이 뒤엉켜있다. 이런 단어들이 설렘들 주던 때가 얼마되지 않은 것만 같은데... 청춘이 소중한 것임을 그때는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청춘을 허비한 이들에게 딱 한 번 생을 되돌릴 기회를 주는 것은 꽤나 정의롭지 않을까. 이 감정에서 해방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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